■ (칼럼) 친일 죄목을 앞세운 집단광기가 두렵다. ■

2017-11-17 16:03
 

이민족의 지배를 받게 되는 사건이,  너무나 억울하게도 소수의 민족반역자에 의해 발생했다면 그들을 일일이 색출해 단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 국제 정세 흐름과 국력의 현격한 격차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 우리끼리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반성과 자강을 위한 노력을 우선시켜야 할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소위 '한일합방'이라는 것은 몇몇 개개인의 잘못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열강끼리의 연이은 전쟁의 결과였고, 조선의 국력은 그 전쟁에 끼어들기에는 너무나도 미흡한 수준이었다. 나라가 망했을 때 군대는 즉시 해산됐고, 조선의 왕은 점령자에 저항하는 대신 오히려 의병에 무장해제 명령을 내렸다.

왕과 군인이 저항을 포기하는데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평범한 민간인들에게 일본군과 싸우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일제시기 동안 반일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알고 있는 임시정부라는 것도, 일본과 전쟁 중이던 미국과 중국 정부에게조차도 승인을 받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세력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정치, 행정, 군사,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일본의 것이 강제된 상태에서 하루이틀도 아니고 35년 간 일상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그 때의 조선인들의 흔적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반민족이고 친일일 것이다.

그들을 욕해야 하는가? 일제시대로 돌아간다면 당신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리고 당신들의 조상은 그 기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는 있는가?

잘한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잘못한 일은 없어 보이는 한 노년 여성(KBS 이사회 이사장)이, 자신의 임기를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일로 기세등등한 젊은이들로부터 무시무시한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그 자체로 보기에 불편한 일이다.

그리고 조상계보까지 뒤져 친일했네 안 했네를 따지니 그것은 더욱 부당한 일이다.      

지금의 이 집단광기가 두렵고 앞으로 친일, 반민주 등등의 펑퍼짐한 죄목을 내세워 많은 사람들을 kangaroo court에 세울 비극들이 예고되는 것 같아 불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