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내적 자유 보호의 필요성과 한계] - 박용상 변호사

[방송의 내적 자유 보호의 필요성과 한계] - 박용상 변호사
 
신문의 경우에는 발행인의 논조 및 경향 보호 때문에 이를 제한하는 기자들의 내적 자유는 법제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방송의 경우에는 사업자 및 종사원 모두가 중립성과 다양성에 지배되기 때문에 내적 자유에 관한 논의는 달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방송에 있어서도 편집․편성에 관한 근로자의 공동결정권이나 인사에 관한 관여권한을 인정하는 입법례는 찾아볼 수 없고, 다만 오스트리아에서 정신적 노동자로서 양심을 보호하는 제도가 실정화된 바 있다.
 
어쨌든 방송사의 사장이나 기자는 편성과 보도에 관련한 모든 작업과 활동에서 모두 이러한 다양성과 중립성 원칙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사장을 정점으로 한 편성간부의 지시권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이를 실현하는 방향을 취하는 경우에만 정당성을 갖게 된다 (일반 노동법상의 업무지시권은 별개의 문제이고 여기서 말하는 지시권은 편성․제작에 관하여 기자들의 업무가 위와 같은 법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준거될 프로그램 편성에 관한 여러 원칙은 방송법의 규정과 방송위원회의 규칙 및 방송사의 편성지침 등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민영방송의 경우에도 다소 완화된 수준의 편성기준이 준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1. 간부직원과 일상적 취재 및 제작을 행하는 실무진 사이에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고, 2. 위계제적인 일방적 지시권을 제한하여 기자들의 일정한 자유영역을 보장하고 3. 양자간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미디어기업 내부에 제도화한 것으로 실무진의 양심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편집규약’(Redaktionsstatut)제도이다. 
 
그것은 방송기업의 경영측과 편집부문 대표간에 계약상의 합의 또는 협정에 의하여 정해진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직업윤리 내지 신분법의 제도화라고 볼 수도 있다.
 
이에 관하여 가장 모범적 선례를 보이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1974년 방송법은 기자의 양심 및 확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방송공사의 경영측과 편집 대표간에 편집규약의 체결을 강제하고, 그 편집규약의 체결절차와 편집규약으로 협정할 내용, 기자그룹의 조직 및 대표선출방법, 분쟁조정기구의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을 갖는 오스트리아의 1974년 방송법은 단지 저널리즘활동의 자유뿐 아니라 프로그램형성과정 전체에 있어서 모든 프로그램형성직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구조적 요소로 확충,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으며, 그로써 방송에서 프로그램의 기획, 제작 및 형성 등 모든 결정과정에서 방송프로그램 직원의 기능적 결정의 자유영역(funktionelle Entscheidungsfreiräume)은 보장되고 방송사의 프로그램 책임기관의 주도권은 크게 제한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22)
 
22) 오스트리아 방송법상 편성규약에 관한 상세한 언급은 박용상, 방송법제론, 교보문고 (1988), 111-120면 참조
 
그것은 방송운영관리자의 독단과 위계제적인 권위구조에서 나오는 방송의 힘의 남용에 대해 기자직의 공적과업 수행의지를 뒷받침하자는 데 있는 것이지만, 그 때문에 관리자의 일반적 지시권이 완전히 부인되지는 않는다.
 
1974년 오스트리아 방송법에 의하더라도 기자들의 독립성보장은 공영방송의 기업적인 위계조직을 폐지하고 그 소속원 각자를 원자화(原子化)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직원에게 그 임무수행에 관한 기능적인 결정의 자유영역이 보장될 뿐이며, 내적 자유는 프로그램의 형성과 결정과정에서 위계제적 종속관계를 유지하면서 프로그램 형성자간의 기능적 상호협력 및 견제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공법상의 법인 형태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법상의 방송으로서 법적 형식을 취하는 경우에도 방송의 내적 자유에 관한 관계의 기본은 위에 언급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 
 
공공의 소유로 생각되는 전파의 이용을 허가받아 과점적인 지위가 부여되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에는 그 운영 및 편성에 있어서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중립성과 다양성의 원리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공영방송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