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상의 제도 - 공정방송위원회 또는 공정방송협의회] - 박용상 변호사

[단체협약상의 제도 - 공정방송위원회 또는 공정방송협의회] - 박용상 변호사

 
1990년을 전후하여 노사간에 단체협약으로 약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내적 자유를 보호하는 제도로는 KBS의 ‘공정방송위원회’와 MBC 및 CBS의 ‘공정방송협의회’ 등 노사 동수로 구성된 합의체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평가하고 편성․제작․보도의 방향을 협의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MBC의 경우를 보면, 1989년 노사합의로 단체협약에 공정방송 관련조항이 규정되었다가 1992년 9월 50일에 걸친 파업 끝에 노사대표 각 5명씩으로 구성되는 공정방송협의회(공방협)의 운영을 활성화하고, 보도․편성․텔리비전기술국장 등 3국장의 해임건의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노․사 동수로 구성된 ‘공정방송협의회의 합의사항을 따르지 않을 경우 등에는 사장에게 관련자의 문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의해 내적 자유를 실현하라는 위 시도는 현행 헌법상의 방송원리나 방송법의 체제 하에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위 제도는 우선 방송법적 사항을 노동법적 수단에 의해 달성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방법론적인 제약을 벗어난 것이며, 그 기구의 구성에 있어서도 이른바 노사 동수의 원칙을 채택함으로써 기자 및 피디 등 종사원에게 방송운영 기관과 대등한 결정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영방송체제를 취하는 방송매체의 주인은 이념상 국민이며, 법적 규율에 따라 공공의 대표로서 선임된 기관구성원(사장 또는 이사회)이 그 운영․편성의 주체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그 매체의 피용된 기자나 피디는 그 종사원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의무가 있을 뿐 그들이 스스로 방송의 주인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설에 의하면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설치하는 근거로서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을 제시하고 있다. 23) 
 
23) 김승수, 민주적 편성규약의 제정을 위한 이론적 탐색, 방송연구 2001년 여름호 193~221
 
동법 제6조는 3인 이상 10인 이내의 노사 동수로 노사협의회를 구성․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주장은 방송의 내적 자유를 보호하는 제도는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위한 노동법상의 제도가 아니며, 단지 정신적 근로자의 정신적 독자성을 보호하려는 데 그 목적을 가진 방송법상의 제도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그간 각사의 사보에 공개된 위 합의체의 운영실태를 보면 일시적이고 특정사에 국한된 경우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방송운영 주체의 주도적 결정권한이 무시된 채 노조가 강력한 영향력을 배경으로 경영간부측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사례가 빈번하였고, 이러한 사정은 단체협약상 간부의 임명동의제 또는 추천제나 사후평가제와 관련하여 노조의 방송장악이란 비난을 면치 못하게 하였다.
 
이렇게 단체협약에 의한 종전의 공정방송위원회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면, 편성규약제도를 도입한 현행 방송법 하에서는 폐지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법리적인 면에서나 실제적인 면에서도 지지받기 어려운 공정방송위원회 등의 제도는 편성규약 제도에 의해 합법적인 방향으로 발전적인 개편을 요한다
 
편성권에 관한 문제가 노조에 의해 노동법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면 이제 방송법적인 관점에서 해결을 시도하여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