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의 경우] - 박용상 변호사

[문화방송의 경우] - 박용상 변호사
 
통합방송법 시행 후 문화방송에서도 편성규약의 제정에 관하여 논란이 거듭되었는데, 2000. 12.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은 편성위원회 조항이 기존 공정방송협의회와 중복돼 받아들일 수 없고, 노동조합을 편성규약의 제정 및 공표 주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그 제정작업은 부진하였다.
 
그러나 MBC는 2001. 8. 29. 그 동안 노사 쟁점사안이었던 편성위원회 설치 및 편성위원의 편성․편집회의 참가 등을 보장하는 방송편성규약의 제정에 합의하였다. 이같이 노사합의로 편성규약을 제정한 것은 MBC가 처음이었다.
 
MBC는 편성규약에 ‘편성권은 시청자와 국민의 알권리로부터 나온다’고 명문화하고, 편성규약의 제․개정 시에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동 규약의 핵심조항은 편성위원회의 설치를 규정한 조항이었다.
 
모두 10명으로 구성되는 이 편성위원회는 보도부문과 편성부문이 각 5명으로 구성되며, 노조 대표로서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 2명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 편성위원회는 제작자의 자율성 침해 논란이 야기되는 사안 등에 대해 이견을 조정하는 한편, 각 국장의 동의를 얻어 편성․편집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되어 제작자의 자율성이 침해되기 전에 견제하는 방안이 마련되었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MBC의 위 방송편성규약은 헌법상 방송의 기본원리 및 방송의 자유의 본질과 주체 등에 관한 법리를 벗어나 위법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먼저 그 제정에 관여한 주체가 노동조합이었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을 수 없고, 새로이 구성 설립된 소위 ‘편성위원회’의 성격과 권한에도 문제가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예에 의하면 편집규약상 편집․편성위원회는 단지 기자 및 피디 등 편집부문의 구성원 총회에서 선임되어 경영측에 대하여 편집부문 인원의 이익을 대변․옹호하도록 임무가 부여된 기구일 뿐, 그 자체가 아무 결정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29) 
 
29) 전술한 ORF의 편집규약 제8조의 기자위원회 참조
 
편성규약 제도는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의 내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노동조합과는 관련이 없고, 오로지 방송의 정신적 내용형성에 관여하는 기자 등 저널리즘 업무에 관여하는 직원들의 양심 및 확신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편성규약에는 편집부문 직원의 총회의 구성과 회의 소집 등에 관한 규정, 편성위원회를 구성할 편집부문 대표의 선임 절차에 관한 규정, 그리고 편성위원회의 기능과 업무수행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MBC에서 노사 합의하에 설립된 편성위원회의 성격과 기능에 관하여 자세히 알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이와 같이 편성․편집회의에 참여가 보장됨에 따라 프로그램 정규개편 또는 부분개편 시 편성회의에 노조 대표가 편성위원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제작 자율권 침해 등의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보도국 편집회의에도 노조 대표가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공정보도 감시활동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시되었다.
 
또 편성규약은 편성위원회가 회사나 조합에 공정방송협의회(공방협)의 개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여 편성위원회의 의견이 무시됐을 때 관련자의 책임을 물을 길을 열어두었다. 문화방송은 단체협약을 통해 노․사 동수로 구성된 공정방송협의회를 두고 공방협의 합의사항을 따르지 않을 경우 등에는 사장에게 관련자의 문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의 평가에 의하면 공방협과 편성위원회로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호할 이중의 장치가 마련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노조 대표가 방송의 편성에 관여하는 것은 누차 언급한 방송의 자유의 본지에 어긋나는 것이며, 편성규약제도를 도입한 현행 방송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편성규약제도는 방송사의 편성 정책이나 편성작업에 대한 노조나 기자직 직원들의 사전적 영향력 행사를 보호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법률에 의해 권한을 갖는 방송기관이 내린 편성 방침과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정책 결정을 시행함에 있어서 야기되는 의견 차이를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그 기관을 통하여, 예컨대 프로그램원칙을 경시하는 등 현행법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감독은 그에 관할권이 있는 방송위원회나 국회 등 국가관청이 할 일이지 방송종사원의 일은 아니다. 30) 
 
30) Hans H. Klein, aaO S. 19